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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준비와 다이어트

by tgmr0127 2025. 6. 10.

결혼한 지 1년 하고 6개월이 됐다. 결혼식 1달 전 난소 물혹제거를 하고 그 이후 비잔정이란 자궁내막증 치료제를 먹은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냥 결혼한 게 문제였을까? 10kg이나 쪄버렸다. 이미 결혼식 당시에도 다이어트는 개나 줬기 때문에 마른 사람은 아니었지만, 6개월 전 나는 172cm의 78kg으로 인생 최대 몸무게를 달성했다. 물론 나의 남편도 함께 인생 최고 몸무게를 달성했기 때문에 외롭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1. 임신을 하는데 다이어트는 왜 필요한가? 

 

 임신과 비만에 대한 뉴스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많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기사 하나만 보더라도, 2016년~2020년 까지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단태아를 출산한 초임부 3,078명을 분석한 결과 비만 임산부의 응급제왕절개율은 29.6%로 임신성 당뇨 산모(18.7%) 보다 높았고, 출생아의 저혈당증(6%) 및 중환자실 입원율(14.6%)도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임신 전부터 체질량 지수를 범위로 유지하고 임신을 계획 시 체중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신 중 운동을 피하고 거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역시 잘못된 인식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에게 임신 전후의 체중 관리에 대한 교육 및 안내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비만은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감소시키고 성욕을 감퇴시킴으로써 생식기능을 저하하고 근육량과 인지 기능의 저하 뿐 아니라 정자수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들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체중 관리는 부부 모두에게 필요하다.

 

2. 다이어트와 결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건 올해 1월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집에 있는 샤오미 체중계를 활용해 각자의 체중과 근육량, 단백질 함량, 수분량 등을 기록하고 3개월 후 각각의 증감량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출해 점수가 더 높은 사람이 이기는 방식으로 룰을 정했다. 벌칙은 돈내기로 하면 오히려 기꺼이 줄 것 같아서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주는 것으로 정리했다.

 내기를 시작한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고, 평일 저녁 식단도 일반식에서 샐러드 위주로 바꿨다. 반면 남편은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별다른 운동은 하지 않았다. 주말에는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챙겼고, 별도로 다이어트 식단을 하지는 않았다. 다이어트 내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체중을 비교해 보면 나는 3kg ~ 6kg가량을 감량하였지만 남편은 오히려 2kg가 증가하였다.

 이 차이를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 시작 후 한달 쯤 지나면서 우리 부부는 다시 예전과 같은 식사 패턴과 양을 유지했기 때문에 식단은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적게 먹는 편도 아니다. 주말에만 요리를 하는데, 식사를 위해 코스트코에서 한 달에 한번 삼겹살 청크를 구입해 푸짐하게 먹고 나는 떡볶이와 면을, 남편은 밥을 정말 좋아하는 만큼 탄수화물 섭취량도 적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만큼은 체중감량에 어느정도 성공 했는데, 결혼 전보다는 덜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어쨌든 간에 운동인데, 나는 평일 새벽마다 30분 ~ 40분 적게는 20분 정도 수영을 다니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안 다니는 것보다는 낫겠거니 싶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수영이 나에게 맞는 운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감량되었고, 유지 중에 있다. 

3. 운동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도 살기 위해 했던 운동이 적지는 않다. 병원에서 뛰지는 말라고 해서(약한 발목, 무너진 아치, 틀어진 골반 등으로 충격흡수가 어려움) 요가, 발레, 필라테스 등을 하기도 했고 춤도 배워보고 싶어서 춤도 춰봤고 헬스, 홈트, 킥복싱 등도 했었다. 그 운동들과 비교해서 수영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크게 시간대, 가격, 재미라고 생각한다. 

 우선 시간대는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다. 이제까지 운동은 저녁 늦게 가거나 했는데 야근, 출장이 많아서 퇴근만 하면 진이 빠지니까 일정 맞추기도 어려웠고 그냥 가기 싫어서 타협했던 날들이 정말 많다. 반면 새벽 운동은 늦잠과의 사투임에는 확실하지만 수영이라는 운동의 특성상 가면 무조건 씻어야 하기 때문에 잔다고 하더라도 30분 ~ 1시간 밖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 알람에 맞춰서 일어나고 합리화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감소해 습관적으로 가게 된다. 또한 오전에 하지 않더라도 저녁에 퇴근하고 수영장에 들려서 가면 되기 때문에 운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얻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두 번째 가격이다. 수영은 돈이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운동이다. 수영복 코디에만 관심이 크게 없다면 수영복 한벌 1만원 ~ 15만 원이고 수경, 수모, 가방(나는 다이소 목욕가방을 애용한다.) 세트로 사긴 했는데 이것도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 또한,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등록하면서 1달(매일 강습, 강습 없는 날 자유수영 가능) 44,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필라테스 수강권이 최근 1:8 기준 저렴한 곳이 1회 9,000원 인 것에 비해 수영장 등록비는 1회로 계산하면 2,200원으로 매우 저렴할 뿐 아니라 pt 한 번에 저렴한 곳이 10만 원인걸 고려했을 때 준비 용품은 1회 pt 가격 수준으로 초급자 수준의 수영복과 기타 용품, 수영장 등록비를 하고도 남는다. 

 마지막으로 재미인데, 수영은 정말 재밌는 운동이다. 나 같은 경우엔 너무 뻣뻣해서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면 힘만들고 고행을 겪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pt, 킥복싱 등은 단순 반복이기 때문에 너무 지겨웠다. 발레나 춤은 박치여서 남들보다 너무 느리게 실력이 늘어나는 게 보였다. 반면 수영은 조기교육의 힘(몸이 기억은 못하지만 4학년 여름방학 때 2달 배웠었다)인지 몰라도 실력이 금방 금방 늘기도 하고, 선생님들과 같은 회원들이 마치 고인 물들이 새로운 뉴비를 맞이하듯 어여삐 여겨주셔서 너무나도 재밌게 배우고 있다.

 그 이외에도 갑상선 항진증이어서 조금만 더워도 쉽게 지치는데 물이라는 좋은 칠러가 있어서 더운지 모르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신을 해도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몇 개월까지 가능한지 실험해 보고 싶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안다. 다이어트는 그냥 안먹고 운동하면 된다는 걸 그냥 그게 어려워 좀 더 쉬운 방법은 없는지 찾아볼 뿐이라는 것을... 그래도 인생 첫 다이어트에 대한 기록과 소회가 나중을 되돌아봤을 때, 훗날의 추억이 되었으면 하고 혹시나 모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